▶업종·메뉴 중복에 기존 상가 ‘화들짝’ ▷신규 매장 개점…상권보호 원칙 훼손 용산역 내 상권 갈등은 지난 4월 중순 맞이방에서 1번 출구로 향하는 길목 왼쪽, 그간 비어 있던 공간에 국숫집·분식집 등 세 곳이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이들의 업종과 메뉴가 부분적으로 ‘근대골목도나스’ ‘부산미도어묵’ 등 맞이방 내 기존 매장들과 중복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매장 간 거리는 수십m 남짓에 불과하다. 1번 출구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어 고객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 실제 용산역 맞이방에 입점해 있던 기존 매장 일부는 세 가게가 문을 연 뒤 일매출이 100만원가량 감소했다고 하소연했다. 부산미도어묵도 꼬치어묵은 못 팔게 해 어묵 국물을 찾는 고객이 하루 50~100명에 달하는데도 놓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가게들이 관련 메뉴를 팔자 손님을 더욱 뺏기게 될 판이다. 용산역에 입점한 상가들은 입찰 과정에서 예상 최저 매출에 따라 적게는 10%대에서 많게는 30%대 매출 대비 수수료를 내기로 한 상태다. 코레일유통 측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그간 코레일유통은 상권 갈등 예방을 위해 업종이나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왔다. 같은 빵집 계열이라도 기존 매장에서 단팥빵을 팔면 새로 들어오는 매장은 대신 다른 빵을 팔게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코레일유통도 모르게 업종과 메뉴가 중복되는 가게가 오픈하니 당황하게 된 것.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세 가게가 오픈하기 전까지 어떤 업종과 메뉴의 가게가 들어올지 전혀 몰랐다. 아이파크몰이 운영하는 매장으로 인해 다른 매장 매출이 감소하면 이는 코레일유통의 수수료 수입 감소 피해로 이어진다. 세 가게로 인한 매출 감소 영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분석하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용산역 개발 호재가 부른 갈등 ▷상가 관리 주체 이원화…소통은 안 돼 사건의 발단은 용산역 개발 호재가 잇따르던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용산역 미군기지 이전 후 아모레퍼시픽, LG유플러스 등 대기업 사옥이 들어서며 역세권 개발이 활발해졌다. 이에 용산역 운영을 총괄하는 코레일 서울본부는 역내 상가 추가 입점을 결정했다. 용산역 이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으니 역내 상가를 더 늘려 매출을 늘리겠다는 계산에서다. 코레일에 따르면 용산역 일평균 승하차자 수는 2014년 2만4000여명에서 지난해 약 4만명으로 3년 만에 60% 이상 급증했다. 향후 용산역 GTX, 용산민족공원, 용산 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 등이 들어서면 용산역 이용객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서 코레일 서울본부는 지난해 9월 맞이방 상가 관리를 담당하는 코레일유통에 1번 출구 쪽 신규 점포 임대 사업을 제안했다. 당시에는 해당 공간이 공터로 비어 있었다. 그러나 코레일유통은 이런 사업 제안을 거절했다. 코레일은 다시 아이파크몰에 제안했고 아이파크몰은 수락했다. 맞이방 내 상가 관리 주체가 코레일유통 단독에서 아이파크몰과 병행으로 바뀌게 된 배경이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맞이방 내 상가 운영 주체가 둘이라도 상권 보호만 잘된다면 괜찮다. 하지만 이후 두 운영 주체 간 상권 조율이 원활히 안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아이파크몰에 점포 임대 사업을 맡긴 코레일 서울본부는 어떤 가게가 입점할 예정인지 물었다. 그러나 아이파크몰은 번번이 “아직 점포와의 계약이 확정되지 않았으니 기다려 달라”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는 게 코레일 서울본부 측 주장이다. 코레일 서울본부는 지난 2월 말 입점 매장의 ‘디자인 심의’를 할 때에야 비로소 어떤 가게가 들어오는지 알게 됐다고 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디자인 심의에 간판이 포함되므로 이때 입점 매장의 업종과 상호를 처음 알게 됐다. 담당자 간에 구두로 얘기가 오간 것은 있지만 확정적으로 얘기를 듣지는 못했다. 그래서 아이파크몰이 코레일 서울본부에 정식으로 보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디자인 심의는 계약서 도장은 안 찍어도 입점이 거의 80~90% 확정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아이파크몰 측은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지막에 어그러질 수도 있으니 뒤늦게 알린 것 같다. 하지만 상당히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이파크몰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코레일 서울본부는 이미 어떤 가게가 입점할지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신규 점포 임대는 코레일과 협의 없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코레일 서울본부 사업개발팀은 이미 용산역 내 영업환경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었다. 신규 입점 매장과 기존 매장 간 타깃 소비자층이나 동선이 다르고 상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코레일 서울본부와 함께 입점을 진행한 것이다”라고 항변했다. 이처럼 코레일 서울본부가 아이파크몰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것과 별개로 자회사와의 소통 부족 문제가 새롭게 도마 위에 오른다. 코레일 서울본부 주장대로 신규 입점 매장에 대한 정보를 디자인 심의 과정에서 뒤늦게 알았다 해도 코레일유통 쪽과 이를 공유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코레일 서울본부에 따르면 신규 입점 매장 정보를 최종 확인한 것은 2월 말이고 해당 가게들이 문을 연 뒤에야 코레일유통이 알게 된 것은 4월 중순이다. 한 달 보름간의 이 기간 동안 용산역 맞이방 내에서는 코레일유통 관리하에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었다. 코레일 서울본부가 2월 말에 바로 신규 입점 매장 정보를 공유했다면 코레일유통 측과 협의해 다른 매장의 콘셉트나 메뉴 일부를 조정, 상권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최종 관리 책임 방기한 코레일 ▷사전 조율 부족…“수수료율 인하 검토” 코레일유통은 세 가게가 문을 열고 난 지난 4월 중순 기존 입점 매장에 적용해오던 메뉴 제약을 풀어줬다. 그간 용산역 맞이방 내 상권 보호를 위해 업종·메뉴 중복을 최소화해오던 방침을 전격 수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형평성 문제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상권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켜 가격 경쟁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상권 보호 방침에 따라 제한된 업종과 메뉴에 맞게 개발한 점포 콘셉트가 중간에 수정됨으로써 매장 이미지가 어중간해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일단 상권 갈등에 대한 최종 책임은 코레일 측에 있다고 말한다. 코레일유통과 아이파크몰 양쪽에 임대사업권을 주고 총괄해온 만큼 중간에서 양측이 긴밀하게 소통·조율할 수 있도록 관리를 했어야 했다는 것. 하명진 법무법인 긍정 변호사는 “코레일이 아이파크몰에 임대사업을 제안하며 상권 보호를 위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했다. 또 설령 아이파크몰이 늑장 보고를 했더라도 사실 확인을 위해 적극 나서지 않은 점, 뒤늦게 알게 된 상가 정보를 코레일유통에 바로 알려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지 않은 점은 잘못”이라며 “이미 문을 연 가게들의 영업을 제한할 수는 없는 만큼 상가들과 협의해 수수료율을 낮춰주는 식의 보상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코레일유통 관계자도 매출 감소가 인정되면 보상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아직은 신규 매장이 오픈한 지 얼마 안 됐고, 상가 매출 감소는 4월의 용산역 이용객 수가 3월에 비해 감소한 탓일 가능성도 있다. 매출 감소 원인을 좀 더 분석한 뒤 문제가 있다면 수수료율 인하를 통한 보상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